연말이 되면 "망년회 같은 게 겹쳐서 바쁘죠?"라고 여러 곳에서 듣습니다. 분명히 말해서 답은 NO. 제가 알고 있는 한, 몇 군데씩 망년회를 가는 연예인은 극히 일부입니다.
물론 직업 상, 근처의 술집부터 지인의 지인이라는 무리까지 다양한 곳에서 권유는 있습니다. 권유를 한 곳 전부에 얼굴을 내밀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이동하는 택시비가 장난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해서 원동 자전거로 돌면 술을 마실 수 없으니까 맘껏 놀 수 없잖아요? 그러니 최근 2~3년은 예전부터 친한 일에서의 지인이나 친구 모임만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학교에 가자!> 같은 장수 레귤러 방송은 새삼스럽게 망년회를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레귤러 출연자의 교체나 생일 등 방송에 있어서 중요한 날은 세심하게 챙겨주지만요. 덧붙여 말하자면 쟈니즈 사무소에서도 망년회, 신년회는 하지 않습니다. 연예인이 섞여 있으면 뭐든 엄청 화려한 회식을 할 거라고 여겨지기 쉽지만, 교류가 많은 샐러리맨보다 훨씬 수수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 저의 최다기록은 하루에 5건. 그것도 연예인이라고 환성과 함께 반겨주고, "에에~ 벌써 가는거야?"라며 아쉬움과 함께 퇴장... 이라는 이미지가 있을 법 합니다만, 적어도 저는 전혀 다릅니다. 슬쩍 합류해서 교자를 먹다가, 돌아갈 때는 "죄송해요, 오늘은 좀 그 다음 일정이 있어서..."라고 살짝 전한 뒤 "얼마인가요?"라고 묻고는 나오는 것이 패턴입니다.
드라마 현장은 회식을 하는지, 안하는지가 확실히 나뉩니다. "대기시간이 기니까 연기자끼리는 곧장 친해지지?"라고 듣습니다만, 실제로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습니다. 비는 시간이 있어도 대기실에 틀어박히는 사람도 있고, 처음으로 제대로 얘기한 것은 마지막회의 촬영이 끝난 뒤 뒷풀이 자리에서였던 일이 정말로 많습니다.
그렇지만 <내일은 날씨가 맑기를>은 저와 주연인 미즈키(아리사) 씨가 동갑인데다, 토다 씨와 제가 이전에 한번 볼링을 했던 적이 있었던지라 이야기가 잘 통해서 며칠 전, 출연자들끼리만 모여 식사를 했습니다.
이건 꽤나 드문 케이스일지도 모릅니다. TV는 역할에 따라서 끝나는 시간이 각자 다르기에 다같이 하는 회식 자리는 만들어지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촬영이 쉬는 날에 하는 것도 약간 강제적인 느낌이라 미안하고, 그러다보니 결국 전원이 모일 수 있는 것은 마지막 뒷풀이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자주들 "뒷풀이에서 친해져서..."라고 말하는 배우들에 대해서 "사실은 촬영 도중부터 만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상황을 생각하면 이건 정말 사실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저희들은 촬영이 쉬는 날에 회식을 결행했습니다. 과연 몇 명이나 올까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뚜껑을 열고보니 열 몇명의 레귤러진이 거의 다 왔기에 반대로 놀랐습니다.
배우들만 모이는 회식의 경우, 연락 같은 것도 당연히 저희들 스스로 나누어서 합니다. 이번 모임의 연락 담당은 토다 씨. 저는 가게예약과 지도를 그리는 담당이었습니다. 20시에 모였습니다만 다들 이야기가 끊이질 않아서 몇 시간이나 얘기해버렸습니다.
드라마 내용에 따라서도 다릅니다만, 이러한 회식은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연기에도 차이가 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우란 현장에 도착함과 동시에 메이크실에 가서 맡은 "캐릭터"가 되고, 돌아갈 때도 의상을 벗기 전에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한 뒤 돌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기에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이 의외로 보이질 않습니다.
그렇지만 현장을 벗어난 회식자리는 의상이 우선 '사복'이 되기에 숨겨져 있던 본모습이 굉장히 잘 보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의 레귤러진은 '고락을 함께하는 직장동료'라는 설정이기에 더욱 더 의미가 큽니다. 예를 들어 나카무라 토오루 씨는 '이런 자리에는 별로 나오시지 않는 분이려나'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프라이벳한 이야기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극 중 설정대로 정말 상사와 부하스럽죠. 이처럼 무대 뒤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서로 함께 하는 장면을 더욱 더 자연스럽게 해주는 것입니다.
참고로 드라마 현장의 좋고 나쁨은 주연 배우의 성격에 달린 면도 있습니다만, 나카무라 씨나 토다 씨와 같은 베테랑진의 분위기에 달린 부분이 사실은 큽니다. 특히 주연이 젊은 경우엔 더 그렇습니다. 아무리 20대인 주연배우가 "마시러갑시다!"라고 말해도 베테랑진이 아무도 와 주지 않는다면 "그냥 다음 기회에 할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점에서 이번 현장은 겉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라, 상당히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즐거운 망년회가 또 하나 늘 것 같습니다. 그 무렵엔 분명 촬영도 끝났을테니, 다음 날을 걱정하지 않고 밤새 마시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촬영 종료 후의 뒷풀이와는 별개로요.
이놋치 하루 5건 쩌렄ㅋㅋㅋㅋ 권유받은 모든 곳에 가다니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듯ㄷㄷㄷ
그리고 지난번에 이어서 아시타 텐키니나레 이야기가 또 나왔는데 현장 분위기 넘 좋아보여서 드라마 꼭 봐야지 싶어졌어!! 이거 올려두고 찾으러 가야지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