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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전력 장로) 아직은 사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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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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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청구하지 않아. 하이웨이스타 때의 답례로 쳐주지."


죠스케는 자신의 건너편에 앉은 로한을 바라보았다. 로한은 얄미울 정도로 당당하게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코이치는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로한을 부른 것 같았지만 죠스케 입장에서는 그닥 반가운 도움이 아니었다.

로한의 도움을 받을 바엔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는 편이 나을 것 같았으니까. 

자신의 파르페를 휘젓던 죠스케는 부루퉁하게 말을 내뱉었다.


"됐슴다, 로한의 도움 필요 없어요."



죠스케가 트라우마로 시달린 지는 좀 되었다. 언제 한번 죠타로상이 조심스레 전투를 권유하길래 참가했더니 트라우마를 안고 돌아왔다.

같이 싸우던 동료들이 한꺼번에 죽었다. 너무 늦었기에 자신의 스탠드 능력으론 구할 수가 없었다. 

마치 자신의 할아버지를 잃어버리던 때와도 같았다. 죠스케는 두 번이나 같은 일이 반복되자 그 죄책감을 이길 자신이 도무지 없었다.


매일 같이 두통에 시달리고 불안에 시달렸다. 울기도 하고 화가 갑자기 나기도 하였다.

죠타로상은 카쿄인씨가 생각나는 모양인지 죠스케에게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었지만 거리가 있기에 한계는 있었다.

결국 죠스케가 매일매일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다 못한 코이치가 조심스레 기억을 지워달라 로한에게 몰래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로한은 멀어져가는 죠스케의 모습을 붙잡지 않고 바라보았다. 컵에 맺힌 차가운 물기가 손을 타고 흘러내렸다.

죠스케의 이런 격렬한 반응은 예상하고 있었다. 평소 둘의 사이는 좋지 않았으니. 

그래도 싫은 사람이라도 아프다니까, 갚을 것도 있으니까 이렇게 신경써서 나와줬는데. 로한은 자신의 호의가 거절당한 기분이라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다.



로한은 그림을 그리다 말고 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작업을 멈추었다. 집에는 들어오지 못한 채 누군가 현관에서 맴돌고 있었다.

코이치군인가. 로한은 작업도 멈추고 반갑게 맞으러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죠스케였다. 죠스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땀방울이 맺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앉아."


순간 화가 나 돌려보낼까 하던 로한은 죠스케의 몰골을 보고는 테라스에 앉아 죠스케에게 맞은 편의 자리를 권했다. 

죠스케는 지난번 일이 미안한 듯 머뭇거리다 맞은 편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저기... 기억을 지워주셨음 해서 왔는데요 하하."

"왜?"

"그야 일주일 동안 고통을 겪고 나니 그냥... 로한에게라도 부탁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죠스케의 웃음은 썼다. 로한은 그 웃음을 보자 덩달아 자기도 씁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평소답지 않게 씁쓸한 죠스케의 웃음은 보는 사람의 기분마저 우울해지게 하는 데가 있었다. 


"역시 안 되겠죠? 하하 그럼 오늘은 돌아가겠슴다."

"안 될 게 뭐 있어. 이건 어디까지나 답례야."


로한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죠스케를 다시 앉혔다. 로한은 단숨에 헤븐즈 도어를 꺼내 죠스케의 얼굴을 책으로 만들었다.

확실히 대단히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다. 평소라면 소잿거리라고 좋아했을 로한도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단순히 그의 기억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경험을 마치 자신이 직접 플래시백하는 느낌이 들었다.

로한은 죠스케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펜을 들었다.


"죠스케, 후회하지 않아?"

"네... 아니요, 사실은 잘 모르겠슴다."


머뭇거리는 죠스케의 말에 로한은 스탠드를 해제했다. 그러자 바로 죠스케의 얼굴이 코앞에 보였다.

죠스케는 너무 가깝다며 물러나려 했지만 로한은 이틈에 한 마디 해두자 싶어 물러서지 않았다.


"죠스케, 너는 너무 상냥해."

"네? 로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 고통도 네가 나처럼 냉정한 인간이라면 절대 겪을 일이 없었을 거야."


기억을 지우러 왔다 느닷없는 설교를 듣게 된 죠스케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그러건 말건 로한은 이제 할 말을 다했다는 듯 뒤로 물러나 테이블 위에 걸터앉아 죠스케를 내려보았다.


"하지만 하이웨이스타 때는... 네 상냥함이 날 살렸어. 그 상냥함이 항상 나쁜 건 아니야."

"..."

"누군가를 치유해주는 네 스탠드는, 정신력은 앞으로 영영 변치 않겠지. 이런 일은 언젠가 또 겪게 될지도 몰라. 그러니까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어때? 싫으면 지금 당장 지워주지."

"...아닙니다, 생각해볼게요 로한."


로한은 테라스를 터덜터덜 나서는 죠스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죠스케가 다시 집에 가서 겪을 고통을 생각했다. 

로한은 너무 자신의 감정에 앞서 타인의 상황을 헤아리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귓가엔 코이치군의 잔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죠스케!"


죠스케는 로한의 부름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가 슥하고 죠스케 위에 써졌다.

죠스케는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지만 그저 평범한 자신의 피부만이 만져졌다.


"뭡니까, 로한? 불렀으면 말을 해야..."

"집에 가서 푹 쉬어라. 일주일 뒤에 보자."


로한은 죠스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집으로 들어갔다. 죠스케는 로한이 자신이 고통을 덜 느끼도록 적어놓았음을 당연히 알 턱이 없었다.



일주일 만에 보는 죠스케는 나름 원상복구가 된 듯했다. 심리적 고통이 조금 가라앉고 육체적 고통은 완전히 사라져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죠스케는 로한과의 대화가 혹시 자신의 상처에 도움이 되었나 이상한 짐작을 할 뿐이었다.


"로한, 로한하고 대화를 하니 상처가 금세 나은 것 같슴다."

"이상한 소리 하지 좀 마라."


로한은 죠스케의 헛다리에 일침을 가했다. 잘못 들으면 낯간지러운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로한은 지난번처럼 의자에 앉은 죠스케의 앞으로 다가가 다시 헤븐즈 도어를 꺼냈다.

로한은 허리를 굽혀 지난주에 자신이 적은 말을 지웠다. 그러자 죠스케의 표정이 잔뜩 찌푸려졌다.

일주일 동안 잊고 있던 고통이 단숨에 찾아와 많이 놀란 듯했다. 


"... 스탠드 실력이 많이 늘으셨네요."

"나도 헛으로 시간을 보낸 건 아니니까. 그래서 뭐라고 적을지는 대충 생각해왔어?"

"좀 덜 상냥하게 되도록..."

"나는 네 상냥함에 은혜를 입은 사람이다. 다른 아이디어는?"

"그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로 해주세요..."

"그래. 근데 나는 하나 더 추가하면 좋겠는데."

"뭡니까?"

"힘든 상황에서도 회복이 빠르다로 해두지. 대충."


로한은 죠스케에게 펜을 갖다대 두 문장을 썼다. 그러나 그 두 문장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죠스케, 넌 누가 널 위해 죽을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지?"

"뭐, 부담스럽겠죠."

"내가 널 위해 죽을 수 있다고 해도?"

"로한, 로한이 에이... 그럴 일 없죠."

"진짠데? 난 널 위해 죽을 수 있어. 그럼 그 때 하이웨이스타 때는 날 살리려던 네 행동은 뭐였지? 까딱하다간 너도 죽었을 거야."

"그야 저는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요."

".... 너는 자기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군. 그래, 그래서였어."


로한은 펜을 마저 들어 자기애를 높인다는 한 문장을 써넣었다. 헤븐즈 도어는 곧 해제되었다.


"자기애가 부족한 상냥함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네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회복이 빠른 것도 좋지만 자기애가 없다면 오로지 남만을 위한 치유기계가 되겠지. 자신 위주로 상냥함을 행해야 너도 행복하고 받는 사람도 행복한 거야. 자신을 사랑해야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기 쉽고 어떻게든 삶을 이어나가려 애를 쓰게 되니까,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었어."

"근데 로한, 로한도 상냥하네요. 우리 사이 생각하면 기억 그냥 띡하고 지워주고 보내면 끝인데."

"답례를 할 땐 최선을 다하는 게 예의니까."


죠스케는 자신을 위한 로한의 상냥함이 놀라웠다. 그냥 답례일 뿐인데, 그게 뭐라고 자신이 이토록 괴로운 근본 이유를 찾아주고 있었다.

기억을 지울까 말까도 자기보다 엄청 고민한 듯했고. 그러나 로한은 죠스케의 질문에 담담하게 답할 뿐이었다.


"로한, 아까 절 위해 죽을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거 진심임까?"

"그냥 어쩌다 튀어나온 거다. 진심은 아니야."

"그럼 제 상냥함에 대해 칭찬하신 부분은요?" 


로한은 테이블에 걸터앉은 채 죠스케를 내려다보며 눈썹을 움찔했다. 로한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사실이다. 하이웨이스타 때 네 상냥함이 내 명령을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지만 그 덕에 살 수 있었으니까..."

"..."

"거봐 분위기 이상해지는데, 왜 하필 그런 걸 물어가지고..."


로한의 직구에 죠스케는 자기가 직접 물어봐놓고서도 당황했다. 그저 상처 치료 중이니까 몰입한 나머지 그런 표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로한은 지금 얼굴을 마주보고 멀쩡히 대하던 도중에도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그 덕에 죠스케가 요상하게 말을 잇지 못해 로한마저 당황할 정도였다.


"됐고 머리는 어때? 기분은? 아프지 않지?"

"아주 아프지 않은 건 아닌데... 견딜 만해요."

"아, 그러냐."


죠스케의 표정은 확실히 아까보다 한결 편안해져 있었다. 로한은 아닌 척하면서도 죠스케의 고통에 확실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죠스케의 머리는 아까 다시 찾아온 고통으로 땀이 잔뜩 나는 바람에 엉망이 되어 있었다. 로한은 무심코 머리를 고쳐주려 손을 뻗었다.


"리젠트, 망가졌다."

"아, 괜찮슴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죠스케는 됐다며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로한의 손목을 잡았다. 로한의 커피잔을 잡은 반대쪽 손목이 부들부들거렸다.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움에 손이 화끈거린 것 같았다. 결국 둘의 손은 닿자마자 금세 떨어졌다. 

죠스케는 어색해진 분위기에 당황해 저도 모르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런 죠스케를 로한은 태연하게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제 가는 건가?"

"슬슬 저녁시간이잖슴까."

"그래, 잘 가라."

"근데 로한, 로한이야말로 진짜 상냥한 것 같슴다. 보통 답례라고 해도 그 정도까진 안하잖아요?"


로한의 눈이 싸늘하게 식은 것도 같다. 죠스케는 이제 좀 친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한 말인데 이내 후회했다.

로한은 아직 식지도 않은 커피를 잘도 마시며 조금은 생각하다 입을 떼었다.


"네 상냥함이 내 상냥함을 움직였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다."

"..."

"됐지? 그러니까 어서 가. 바쁜 사람 붙잡지 말고."


죠스케가 로한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기 전에 로한이 손을 휘젓듯 자신도 그에 맞춰 멀어져갔다.

그렇게 오쿠야스네 집으로 향하던 죠스케는 순간 로한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아무리 냉정하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잘하는 사람에겐 잘해주지 않고서야 견딜 수 없는 그 또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에게 그렇게 최선의 치료를 다해주었고.

어쩌면 로한과의 사이가 조금은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착각은 아닐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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