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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한달 전에 심리학 관련 서적 읽다가 유년시절에 겪은 가정폭력에 대해 알게된 후기 (긴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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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5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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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정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걸 알게된건 15살때가 처음이었고, 그 때는 내가 전에 가정폭력을 당했다는걸 몰랐어.
그 전에도 내가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에 노출됐단걸 깨닫아서 이 글을 쓰게 됐음.)


내가 읽은 책은 임상심리학과 정신병리학 관련된 도서였고 몇권 빌려서 자료조사 용으로 쓰고 있었어.
처음에는 정말 참고로 보기 시작했는데 보다보니까 계속 이입이 되더라.

근데 워낙 내가 뭘 봐도 이입을 많이 하는 편이라..ㅋㅋㅋㅋㅋ공감도 많이 하고
이것도 나같고 저것도 나같고 약간 그런 성격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

그렇게 참고용 자료 정리를 마치고 한달 정도 지났음

여기서 요점은 내 안에 있던 가정 폭력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는거.

나는 내가 당했던 일들을 무의식적으로
'좌우간 내 잘못이었고 체벌 당하는게 마땅해.'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부모님도 늘 그렇게 말했고 나는 바르고 착한아이가 아니었으니까.(적어도 그렇게 생각했음)

그런데 최근에 10년 전에 썼던 일기랑 낙서들 그리고 부모님에게 드리려고 했던 편지 묶음을 보고 나니까 머릿속에 있던 내 기억이 하나하나 조립되는 기분이 들었어.

가장 내 기억에 깊게 박혀있고 나에게 공포로 남은 가정폭력은 초등학교 저학년때였을거야 잘 기억 안나지만

동생과 싸우다가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소리질렀을때 아빠한테 머리채 잡혀서 화장실로 들어갔던거.
문이 잠긴 화장실에서 몇시간동안 아빠한테 맞았던 기억이 있음. 팔다리는 빨개지고 눈물범벅이 돼서. 집이 떠나가라 크게 울고 맞고 화장실 바닥에 엎어져서도 맞고.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나쁜 소리를 했고 부모님 말에 바락바락 대들었으니까 맞은건 당연해 내가 잘못했으니까.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조금 자란 내가 봤을때는 그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잖아, 싶은거지.

또 내복만 입은채로 한겨울에 집밖으로 내쫓겼던것도 생각해보면 일종의 가정 폭력이고..


내가 14살때는 엄마가 화나서 나한테 죽으라고 소리지르면서 내 목을 조르고 (지금도 감각이 생생한게 나 이때 정말 내가 죽는다고 생각했어) 내려치고 발로 차서 시퍼렇게 멍든것도 기억나.


하지만 내가 먼저 잘못한거니까. 내 잘못이잖아.
내가 먼저 대들었고 내가 먼저 말대답을 했으니까. 부모님이 그렇게 말하잖아
너도 너같은 딸 낳아서 키워보라잖아 나는 나쁜애야.
엄마는 나를 사랑해서 그런거야. 내가 잘되길 바래서 그런거야.
나는 맞을만 했어. 부모님은 날 때릴만 했어.
나는 혼날 만 했어.

이렇게 생각했던것같아.

이게 가정폭력이었다는것도 방금 알았어 웃기지ㅋㅋ...

또 아무리 나를 때린 부모님도 반은 다정하게 대해줬으니까.
엄마는 내 교육에 엄청나게 노력을 쏟았고 박물관 미술관 교육원 엄청 많이 다녔거든.

내가 널 키우는건 당연한 일이 아니야. 부모는 낳아준데서 책임이 끝나는거야.
나는 너 버릴수도 있어

이런 소리를 자주 들었음에도 그래도 날 버리지는 않겠지..? 생각했던것같음.
그래서 나는 내가 잘하는 공부와 성적에 더욱 집착했걸지도 몰라.
나는 칭찬에 고픈 어린이었으니까ㅋㅋ


초등학교 3학년때 내가 시험을 망친 적이 있나봐.
그래서 노트 귀퉁이에 엄마한테 편지를 쓴 게 남아있더라. 근데 엄마한테 주진 못한것같아.

이번 시험을 잘 못본 것 같아요. 엄마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실수는 하는거잖아요. 이번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대강 이런 내용이 적혀져있더라고.

일기장에도 시험을 망쳤다고 생각한 날에는
스스로 심하게 자책하고 부정적인 말을 가득 적어놓고 나를 비하하고 있었어.
나는 모의시험지에서도 다섯개나 틀렸는데 중간고사는 더 망칠거다. 나는 이정도 밖에 안된다. 면서
고작 열살 열한살인데.

그런 부분에서 잊고지냈던 어린시절 우리집 분위기가 다시 생각나더라.


위에 서술한것처럼 직접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한적도 있지만
초등학교 입학하기도 전 부터 부모님이 심하게 부부싸움을 하는걸 매일 봤어.
정확히 말하면 두분이 말싸움을 하고 아빠는 엄마를 때리는걸 봤지.

한번은 아빠가 부엌에 꽂혀있던 식칼을 든 적도 있었어. 무서워서 동생 귀 막고 방에만 있다가 엄마가 소리지르길래 거실로 나갔는데 아빠가 칼을 들고있는거야 너무 무서워서 하지말라고 그만하라고 아빠를 말렸던 기억도 나. 그 다음에 아빠가 칼을 떨어뜨렸음.

나랑 동생은 반드시 이혼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두분은 이혼 안하고 아직까지 같이 잘 살고있어.


어렸을때 가정폭력을 당했다는게 지금 좀 많이 충격이라 글이 엄청 두서없는것같지만 그냥 어디에라도 얘기를 하고싶어서...솔직히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못하는 얘기잖아.

같이 당했던 동생하고는 어제 잠깐 얘기했는데 우리한테 좋은 기억은 아니니까 그리고 걔는 더 어렸을때 당했는데 얘기해서 좋을게 뭐가 있겠어...

중학생때 학교에서 무슨 검사같은걸 했었는데 가정 부문이 평균치보다 많이 낮게나와서
엄마가 왜 이게 이렇게 낮게 나왔어? 물어봤을때
나도 잘 모르겠다고 답한 적 있었거든
근데 그 이유를 이렇게 몇년이나 지나서 알게되네.

그냥 모르는 채로 살았으면 더 좋았을것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어렸을땐 행복했다고 추억보정된 채로 살 수 있었을텐데.

이제와서 안다고 변하는것도 없고. 그때 알았더래도 뭐가 변했을까 나는 너무 어리고 약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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