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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하이큐 싫어. 그런데 좋아.(오이카게 글 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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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0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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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그런데 좋아.





꿈에서 싫은 녀석이 나올 때가 있다.

이따금은 시합에서 마주한 녀석을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흠씬 짓밟아주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귀찮으리만치 졸졸 따라다니며 서브를 가르쳐달라는 녀석의 말랑말랑한 볼을 마구잡이로 꼬집어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괴롭혀주는 것은 마찬가지이기에 기분 좋게 일어나는 것이 분명할 터인데도 그날은 하루 종일 녀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어디까지나 녀석을 이겨버리고 말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쾌해지다가도 결국 그 녀석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음에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그’ 생각이다. 카게야마 토비오에 대한 생각과, 카게야마 토비오를 어떻게 하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그 '어떻게 하고 싶다'는 것이 처음에는 단순한 괴롭힘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 괴롭힘의 행위가 어느 순간 야릇한 것으로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그에 대한 꿈을 계속해서 기다리게 된 것 같다.





 오늘 내 눈앞에 토비오 쨩은 중1의 자그마한 체구가 되어 있었다. 녀석은 여전히 바보같은 밤톨 머리를 하고서 두 눈을 반짝이며 서브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토비오쨩은 정말 열심히네. 그렇게 서브가 배우고 싶니? 지금이라면 가르쳐 줄 수 있는데.”



나는 웃으며 속삭였다. 열일곱의 토비오였다면 정색을 하며 나를 경계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눈앞에 있는 이 작은 토비오쨩은 두 눈을 반짝이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웃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소리를 지르지도 못한 채 어설프게나마 기쁨을 표현하고 있었다. 입술을 꾹 다문 채로 내가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잔뜩 기대하는 얼굴을 보라. 어깨를 살짝 떠는 것이 밀려오는 흥분을 제대로 감추지도 못하는 것이다. 지금 이 녀석에게 나는 하늘같은 선배님이자 서브로서는 배울 것이 너무나도 많은 선생님일 것이다.



현실의 나였다면 곧 죽어도 싫은 일이었지만 이 순진한 꼬맹이는 현실의 카게야마 토비오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이 아이에게 몇 번이나 서브를 가르쳐준다 한들 현실에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이 아이에게 사탕을 건네는 어른이 되어 그의 작은 심장을 조물락거리고 싶은 것이다. 내 손바닥 위에서 콩, 콩, 작게 뛰어다니는 그 심장의 울림이 느끼고 싶은 것이다. 하얀 맨살에 내 손바닥을 얹어 그 여린 온기를 느끼고, 한껏 헤집어놓고 싶은 것이다.




나는 입술이 바짝 타는 것을 느끼며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토비오쨩과 눈을 맞추고자 몸을 숙였다. 푸른빛이 도는 새카만 눈동자가 보인다. 내 코 위로 녀석의 숨결이 느껴졌다. 어린아이 특유의 더운 체온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토비오쨩, 서브 가르쳐주는 대신 오이카와 씨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데."


 “네!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호오~ 용감하네. 뭘 시킬지 어떻게 알고.”

“하지만 이런 기회는 거의 없으니까...”

“그럼.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

“제가 뭘 하면 됩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욱신거리며 아프게 조여 왔다. 여기서 대놓고 바지 좀 벗어보라고 말하면 이 아이는 뭐라고 할까. 아무것도 모를 나이일 텐데 이참에 그냥 엉망으로 망가뜨려버릴까. 어차피 현실도 아닌 토비오쨩일 뿐인데. 가만히 누워서 한 번만 대 달라고 할까. 그럼 이 녀석은 진짜 시키는 대로 하겠지.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알지도 못한 채. 나는 이 작은 토비오쨩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쓰다듬다가 그의 희고 보드라운 뺨을 매만졌다.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살갗은 손바닥 위에서 녹아내릴 것처럼 연하고 따뜻했다. 나는 그의 두 뺨 위에 양 손을 얹은 채로 내 이마를 갖다 대었다.






“난 말야, 언제까지나 니가 애기였으면 좋겠어. 지금처럼 서브도 할 줄 모르고, 나보다 한참이나 키도 작고, 힘도 약했으면 좋겠어. 그
래서 나랑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으면 좋겠어. 젖살도 안 빠져서 말랑말랑했으면 좋겠고, 이렇게 귀여운 표정도 자주 지었으면 해.
할 수 있겠어?”

“...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또 애기 아닌데요.”

“그래, 맞아. 이렇게 앞으로도 쭉 바보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저한테 시키실 일이 뭡니까?”

“....다음에 또 꿈에 나와 줘. 그럼 서브 가르쳐 줄게.”

“?”

“약속한다는 의미에서 토비오 쨩의 입술, 나한테 줘.”








의미를 모르겠다는 얼굴로 뚱하게 서있는 녀석에게 나는 입술을 갖다 대었다. 진짜 토비오쨩과 키스를 한디면 이런 느낌일까. 그리고 그 순간 깨닫고야 마는 것이다. 아, 나는 카게야마 토비오에게 키스를 해주고 싶은 거구나. 하고.






엉망으로 짓밟아주고 괴롭혀주던 꿈의 공간은 어느 순간 나조차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조심스러운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현실에서 마주한 카게야마 토비오에게는 싫은 티를 마구잡이로 내면서 괴롭혀버리는 주제에, 정작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꿈이 되면 나는 그토록 원하던 그의 속살을 함부로 만지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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