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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키스마이) 당신의 36.5도♪츄테배 레스게임 가야편_04 (21:10~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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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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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조금 더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하자.



"커피, 드시고 가세요."


한참을 망설인 내가 꺼낸 말은 고작 그런 것이었다. 결국 , 결국 돌려 말한 셈이잖아! 나는 내 멍청함에 마음속으로 머리를 콩콩 쥐어박았다. 혹시나, 그가 내 속내를 알아차려주지 않을까 싶어 슬쩍 바라보니...


"그래요, 커피. 츄덬씨가 타주는거, 먹고싶다."


망했다.

그는 정말로 커피만 먹고 갈 생각인 듯 했다. 예쁘게 웃는 그 얼굴에 방금까지 품었던 시커먼 마음이 콕콕 찔리는 듯 했다.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다행히, 어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청소가 하고 싶더라니. 깨끗하게 정리된 방을 보며 나는 내심 안심했다. 그가 조심조심 들어왔다.

내 조그만 집에, 연인이 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외로 조금 설레고 벅찼다. 


"귀여워요, 이 방."

"칭찬..이죠?"

"그럼요, 츄덬씨처럼 귀여운걸."


그는 천천히 방 한가운데에 있는 테이블 근처에 조심스레 앉았다. 나는 한숨을 쉬며 커피를 타러 부엌으로 향했다. 하하하, 그럼요. 커피만 드셔야지. 하하하. 헛웃음이 절로 났다.


달그락거리면서 자조적으로 '커피를 만들자, 커피를 만들자~' 중얼거리고 있자니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츄덬씨.이거...?"


그의 말에 깜짝 놀라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뭘 본거지?


"츄덬씨, 이거 츄덬씨에요? 귀여워."

"아악!! 그거, 그..주세요!"



그는 책상위에 놓여있던 아기 시절의 내 사진을 발견했다. 괜히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르자, 그는 또 천진하게 웃으며 큰 키로 사진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하하하, 츄덬씨 부끄러워 하는거에요?"

"아니,그, 주..주세요!"

"싫어요, 이렇게 귀여운 걸."


손이 닿지 않아 폴짝 폴짝, 열심히 뛰면서 그의 손에 잡힌 사진을 어떻게든 빼앗아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으윽, 별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부끄러운 거지! 나는 온 힘을 다해 폴짝, 뛰어올라서 사진을 잡아챘다. 그런데 그 순간, 균형이 무너져서..


"어?어...!"


풀썩.


"아...츄덬씨 괜찮아요?"


그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질끈 감은 눈을 떴다. 그가 받쳐주어 다행히 다치진 않은 듯 했다.


"아 괜.........."


괜찮다고 말하려다가, 문득 내가 어디에 올라가 있는지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균형을 잃고 바닥에 부딪힐뻔한 나를 잡아 끌어 침대로 안착한 것 까진 좋은데, 문제는 침대와 나 사이에...


"하..하..."


그가 있었다는 것이다. 조금 단단한 가슴팍이 닿아, 심박수가 커졌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남자였구나, 싶어서 괜히 부끄러워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평소라면 '미안해요!' 라며 얼른 비켰을 그도 왠지 가만히 있었다. 이거 혹시...?


"......"

"........."


묘한 공기가 흘렀다. 두근두근, 계속되는 침묵에 심장소리만이 커져갔다. 손이 닿은 그의 가슴이 콩콩,뛰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의외로 피하지 않았다. 자꾸만 가까워지는 숨소리가, 심장소리가 나와 동시에 쿵쿵 울려서 터질 것 같았다. 아까보다 조금 더 가까워진 거리감을 느끼며 나는 눈을 감았다.


그때,


".......츄덬씨,"


가볍게 밀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눈을 떴다. 내 어깨를 꼭 쥔 그가, 당황한듯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 미안해요. 이런..."

"...."


그는 내 어깨를 살짝 잡은 채, 조심히 일으켜 세워주었다. 


"너무, 늦게까지 있어서.. 미안해요."


뒤늦게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정말 용기를 쥐어짜내서 한 행동이었는데, 이렇게 거절당할줄은 몰랐기에 부끄러움과 서운함이 뒤섞여 이상한 기분이 되었다. 심지어 그는 '미안'하다고까지 했다. 왠지 모르게 비참해지는 기분이었다. 



**


마음이 쓰렸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나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감과 갑갑함을 느꼈다. 우리의 관계는 정말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이 관계를 계속 해 나갈 자신이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츄덬~ 뭐해! 짠!"

"아? 응응. 짠~!"


나는 지금 몇 년만의 동창회에 와 있었다.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여전히 변함이 없어서 왠지 마음이 안정되었다.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 조금 짭짤한 안주와 함께 하는 동창회는 의외로 잡생각을 떨쳐내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조그맣고, 미래에 대해 걱정만 가득이던 그 친구들이 어느새 이렇게 커서 술잔을 부딪히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간의 흐름이란 참 신기했다.


그때,


"잘 지냈어?"

"아.."


그가 나타났다. 오랫만에 본 그의 모습에 나는 쑥스러움을 느꼈다. 추억 저 편에 소중히 담아두었던, 반짝반짝 빛나는 나날의 파편. 나는 왠지 모를 쑥쓰러움과 떨림, 묘한 그리움에 사로잡혔다. 대답하는 목소리가 왠지 조금 떨렸다.



"그냥,저냥. 너는 잘 지내는 것 같네?"

"냐아 뭐 그렇지. 옆에 좀 앉는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내 옆에 앉았다. 그 때도 작은 키는 아니었는데, 또 키가 컸나보다. 그와의 연애는, 연애라고 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풋풋한 것이었다. 아직 사랑을 전혀 모르던 시절에, 그저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했던 그런 나날들. 어쩌다 손이라도 스치면 부끄러워서 괜스레 서로 헛기침만 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까르르 웃었던 그 시절. 그 때와 지금의 나는, 세월의 흐름만이 다를 뿐인데 다른 연애를 원하고 있었다.


"...욕심쟁이가 돼."

"응?"

"아니, 혼잣말이야. 오랫만인데 건배하자, 건배!"


그 말에 그는 '못 본 사이에 술고래 다 됐네' 라며 웃어보이고 맥주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혀주었다. 



"...하...어지러워."


오랫만에 만나 즐거운 나머지 과음을 해 버렸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마구 마시고 싶었다. 나는 조금 무리했구나 싶어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밤바람이 시원했다. 종일 어지러웠던 머릿속이, 아무 생각 없이 고요해진 듯 해서 왠지 마음이 편했다. 이래서 다들 술 마시고 취하나보다, 하고 아직도 멍한 머리로 그렇게 생각했다. 혼자서 가만히 기다리다 보니 문득 그가 보고싶어졌다. 이런, 술을 마시면 또 감정적이 된다는데. 큰일이네.


나는 여전히 어지러운 머리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보고싶다고 전화 하면 받아주려나. 화면을 껐다, 켰다. 괜스레 반복했다. 이까짓게 뭐라고 난 또 고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늦은 시간에 술에 취해서, '보고싶어요' 라고 하면 혹시나 그에게 민폐가 될까봐 걱정하는 내 처지가 왠지 서러웠다. 보통 커플이라면 이런거, 고민 안 할텐데.


"..앗."


망설이다가 실수로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어이구, 취해도 너무 취했네. 정신 차려 이 아가씨야."


불쑥, 나타난 손이 떨어뜨린 핸드폰을 대신 주워주었다.


"..고마워, 와타루."


술김인지 나도 모르게 그 때처럼, 그를 이름으로 자연스레 불러버렸다. 순간 아차 싶었지만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이 되었다. 이름 부른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말야. 이렇게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을, 나는 왜 '팀장님'이라고밖에 부르질 못할까.


"앗차가!"

"..마셔."


갑자기 다가온 냉기에 화들짝 놀랐다. 뜨끈뜨끈 열이 오른 내 뺨에 닿은 시원한 캔음료수의 냉기가 시리도록 차가웠다.


"고, 고마워."


콩콩, 심장이 뛰는 건 아마 알코올 기운 때문일거야. 나는 괜스레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내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봉투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 물었다.


"나도 좀 힘들어서 쉴까 하고 잠깐 나와서 편의점 갔다 오는 길인데 네가 혼자 멍때리고 있길래 말 걸어봤어. 오지랖인가?"

"아냐, 고마워."


실없이 웃는 내 모습에 그는 '그래,' 하고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그냥 옆에 있어주는게 이상하게 느껴져서 조금 우스웠다. 팀장님이라면 '무슨 일 있어요?' 하며 먼저 물어보고 어떻게든 해 보려고 안절부절 했겠지. 


그때, 전화가 울렸다.



"..."


그였다. 후지가야 타이스케. 액정에 뜬 '팀장님'이란 글자를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A. 전화를 받았다

B.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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