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보건실에서 쉰다. 10표
B. 거절하고 교실로 돌아간다. 9표
A. 보건실에서 쉰다.
결국 나는 선생님 손에 끌려 보건실에 들어왔다. 선생님이 한껏 호들갑을 떨며 이것저것 따뜻한 음료와 간단한 진통제를 챙겨주고는 걱정스런 얼굴로 보건실을 나섰다. 선생님이 보기엔 감기몸살 정도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선생님이 사라지자, 숨막히는 공기가 계속되었다. 나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을 어떻게든 정리해보려고 애를 썼다.
"츄덬.."
"왜 그랬어?"
그가 먼저 입을 열자, 나는 날카롭게 대답했다.
"거짓말이었어?"
"..."
"뱀파이어, 거짓말이었어?"
제발, 그런거 아니라고 말해줘. 말 나오는게 귀찮아서, 보건선생님한테 거짓말을 한 거라고 말해줘.
"...미안."
그 말에, 나는 폭발하고 말았다. 차라리 변명이라도 해 주지. 그런거 아니라고, 그렇게라도 말해주지.
솔직하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는 건, 그가 내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었기에 내 감정을 더 컨트롤 할수가 없었다.
바보같은 거짓말로 그가 나를 속였다는 것보다도, 그 말을 믿고 혼자서 아둥바둥 거렸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불쌍하고 창피했다.
고작 놀잇감 주제에, 뭘 기대하고 혼자서 설레이고 했던걸까.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데? 내가, 어쩔줄 모르는 거 보면서 즐거웠어?"
"미안해."
"얼마나, 웃겼을까. 바보같은 거짓말에 속아서 안절부절하는 모습. 정말, 정말 웃겼겠다 그치?"
"츄덬아."
"넌 정말,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도 제일 저질이야!"
"미안해."
눈물이 왈칵 났다. 불쌍한 나, 바보같은 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으며, 둘만의 비밀이라며 우월감을 느꼈던 그런 나.
결국 그가 뱀파이어가 아니라는 사실에, 아쉬움을 같이 느끼는 내가 너무나도 비참해서 나는 더욱 더 혼란스러웠다.
**
한동안 나는 보건실에 가지 못했다.
분명히 그가 있을것을 알기에, 가지 않았다.
"야 츄덬!"
"어?"
"너 요새 왜이렇게 기운이 없어?"
"아냐, 그런거."
친구의 말에 괜히 웃어보였지만, 계속 마음이 복잡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었다. 그가 나를 마주칠때마다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듯 했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
뭐가 되었든, 그저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그와 얘기를 해서는 안된다.
한 동안 나를 마주칠때마다 무언가를 말하려던 그도, 지금은 마치 학기 초처럼 모르는 사람인 양 나를 대했다.
그래, 고작 이런 사이였는데. 혼자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했던거람.
그러는 사이, 어느새 시간이 흘러 그 날이 다가왔다.
"..다음 주, 불꽃놀이 축제 날이네."
학교의 들뜬 분위기가 껄끄럽게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나 불꽃축제에 가기로 했었지.
"저녁 여덟시, 주말다리 앞..."
중얼중얼, 쓸데없이 나는 그 말을 중얼거렸다. 가고 싶기도 하고, 가고 싶지 않기도 하고. 괜히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