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고마워! 얼른 받아야지! 4표
B. 일단 한번 거절하자. 13표
B. 일단 한번 거절하자.
"음... 누구 주려고 산거 아니야? 내가 받으면 미안할 것 같은걸."
좋아, 한번 튕기고 받아야지. 맨날 자기 멋대로이니 한번쯤은 이래도 돼!
"..그래 알았어."
그는 미련없이 다시 갈색 봉투를 가방에 주섬주섬 넣었다. 어라, 이게 아닌데?
"역시 누나 줄래."
호오! 뱀파이어도 형제가 있구...아니 이게 아니라! 왜 한번 더 안 물어봐 주는거야!! 차마 '아니야 농담이야' 라고 말하기엔 내 얄랑한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아서 나는 말도 못하고 안절부절했다.
그리고, 혹여나 마지막으로 한번 물어봐주겠지! 하고 조금은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칼같고 냉철한 뱀파이어님. 흑흑.
**
오늘도 나는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자연스레 보건실로 향했다. 조금은, 그도 나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것 같아서 괜스레 기뻤다. 남들은 모르는, 둘 만의 비밀이라는 것이 이렇게 달콤한 것인줄은 미쳐 몰랐다.
"어?"
보건실에 들어가려던 나는 걸음을 멈췄다. 오늘은 웬일인지 보건 선생님이 계셨다. 선생님이 계시면 뱀파이어 얘긴 못 듣겠네, 아쉽다. 라며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열린 문 틈 사이로 목소리가 들렸다.
"어라? 오늘은 왜 혼자야?"
"안 오네요. 들켰나."
그와, 보건선생님 목소리였다. 보건실 붙박이인 타마모리와 보건 선생님이 조금 사이가 좋아보여서 남몰래 질투가 났다.
그런데 들켰냐니? 설마, 보건선생님은 알고계시다는 거야? 둘만의 비밀이 아닐수도 있다는 걸까?
음... 그치만 신체검사라든지, 이것저것 할때 문제가 없도록 선생님이 미리 아는게 맞는 것 같기도...
"뭐를?"
"거짓말 한거."
거짓말? 무슨 소리지?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거짓말이라니, 대체 무슨 거짓말?
"무슨 거짓말을 했길래 그래?"
"..뱀파이어라고, 말해버렸어요."
쿵.
심장이 내려앉았다. 귀에 들어온 단어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짓말을 했다고? 나한테? 그런데, 그 거짓말이라는게 뱀파이어라는 것? 그러니까, 그건..............
"아하하하,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했어. 착한 애들 놀려먹으면 안 되지."
"..어쩌다보니..."
"어머,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 다음교시 수업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 문단속 잘 하고."
마침 보건실을 나오던 보건 선생님을 피할 새도 없이, 나는 정면에서 마주쳤다.
"어머,츄덬아....어디 아프니? 안색이 안좋은데?"
새하얗게 질린 내 얼굴을 본 선생님의 걱정스런 표정 뒤로 조금 놀란듯한 타마모리가 보였다.
"아...그..그냥...하하."
헛웃음이 났다. 지금 내 표정, 엉망진창이겠지. 이 와중에도 그에게 보일 내 표정이 어떤지 걱정하게 되는 내가 비참했다.
그동안 안절부절했던 내가 얼마나 웃겼을까 생각하니 정말로, 헛웃음밖에 나지 않았다.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안되겠다, 잠깐 쉬었다 가."
"아, 아뇨 괜찮..."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리 와."
A. 보건실에서 쉰다.
B. 거절하고 교실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