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드플래그 2개 이상이며, 와타루를 만나러 갔을 때의 엔딩
느릿느릿 가는 것만 같던 시간이 어느새 흘러 퇴근 시간이 되었다.
나는, 정말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달렸다. 이렇게 달려 보기가 얼마만이더라, 만나면 힘들었다고 잔뜩 칭얼거려 줄 테다!
"어서오세요~"
"저기, 후... 요..요코.....하...."
숨도 고르지 못하는 내가 조금 이상해 보였으려나? 가게 점원은 요코..? 하더니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요코오 상이요?"
"네, 네..."
"혹시.. 츄덬씨이신가요?"
"어? 네.."
갑자기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왜, 이 사람이 내 이름을 알고 있는거지?
"이거, 요코오상이 드리라고.."
"...........하.."
분홍색 돌고래 스트랩. 맨션 열쇠.
숨이 턱에 차게 달려왔음에도, 나는 그를 만날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 스트랩을 받아들고 천천히 걸어나왔다. 와타루,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는데.
넌 정말로, 나를 더이상 안 볼 생각이니?
이상하리만치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나는 멍하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르지 못한 그 이름을 수없이 반복했을 뿐이다.
와타루, 와타루, 와타루...
입이 꺼끌해지도록, 나는 그 날 그의 이름을 작게 불렀다.
*
핸드폰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냥, 딱 한번만. 딱 한번만 실수인 척 전화를 거는거야.
그래서, 실수인척 안부를 묻자.
응, 잘 지내- 라는 대답을 들으면, 그대로 만족하고 전화를 끊는거야.
용기를 내어 단축 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들려온 소리는..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거나.......]
"..하..."
웃음이 났다. 아직, 번호를 바꾸지 않았을리가 없지. 그래. 그렇구나.
"츄덬씨."
"..아,네."
"뭐 해요? 이제 곧 영화 시작인데."
팝콘과 콜라를 든 그가 말했다. 나는, 그가 아닌 그... 그러니까 팀장님과 함께 영화를 보러 왔다.
그런 주제에, 여전히 마음 정리도 못 하고 갈팡질팡 하고 있는 웃기지도 않는, 그게 나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들어가요."
"네."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밝게 웃었다.
미안해요, 나는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비겁하게 눈을 감았다. 핸드폰은 삐리릭, 하는 소리와 함께 꺼졌다.
bad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