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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아, 괜스레 목소리가 떨렸다.
"..요코오 와타루입니다."
응, 알고 있어. 네 번호를 지우지 않았으니까.
"응.. 어쩐 일이야?"
"..안 놀라네."
"그냥, 왠지 연락 올 것 같아서."
내 말에 그는 실없이 웃었다. 살짝 웃음소리가 들리자 나는 또 안심했다.
"가게에, 열쇠 놓고 갔더라."
"열쇠?"
"응. 집에 못 들어가고 있을까봐."
열쇠? 내가 직접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무슨 소리지?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와타루가 두고 갔던 맨션 열쇠가 떠올랐다. 아, 그거구나.
"아, 아아... 어쩐지! 찾아도 안 보이더라!"
나는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 어디야?"
그의 걱정스런 말투에 눈물이 나려고 했다. 바보야, 쓸데없이 걱정해주지 말란 말이야.
"음...치..친구네..."
"그렇구나."
"응..."
"...나중에 내가 우체통에 가져다 놓고 갈게."
"아,아니! 내일, 내일 내가... 회사 끝나고 근처에 갈 일 있으니까 들러서 가지고 갈게!"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다, 나는 불쑥 그렇게 말했다. 그냥, 한 순간이라도 너랑 얘기하고 싶어.
"....그래."
"7시 쯤에...갈게."
"..응."
그렇게 싱겁게 끝난 대화였지만, 나는 전화가 끊어지고 나서도, 한 동안 가만히,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화면에 뜬 와타루 사진이, 거기에 같이 찍혀있는 내가, 너무나도 행복해보였다. 나는 그 사진을 어루만졌다.
천천히, 그의 코 끝, 턱 끝을 손가락 끝으로 따라가며 그를 떠올려 보려 애를 썼다.
벌써, 잊혀진것만 같았다. 있을땐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
눈을 뜨자마자 식욕이 당겼다. 맛이 있는지 없는지는 상관 없었다, 나는 인스턴트 된장국에, 인스턴트 쌀밥을 먹었다.
솔직히 맛은 없었다. 그치만, 오늘은 먹어야 한다. 와타루를 만나야 하니까.
"어, 오늘은 왠지 기운이 넘쳐 보이네요."
"그런가요? 오늘은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왔거든요."
"그거 봐요, 역시 아침은 중요하죠?"
"그렇네요, 꼭 챙겨먹으려구요."
"그래요, 잘 생각했어요."
팀장님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종일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듯 했다. 일을 하는 내내, 나는 시계를 힐끔거렸다.
괜스레 목이 타서, 자꾸만 탕비실을 들락거렸다.
눈에 보이는게 커피이다보니 자연스레 커피를 자꾸 마시고 있었다.
또 다시 탕비실에 들어간 나는,
A. 커피는 그만 마시고 물이나 마셔야겠다.
B 모르겠다. 그냥 눈에 보이는 커피 타 마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