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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키스마이) 오래된 연인을 위한 세레나데♪츄테배 레스게임 와타편_04 (21:10~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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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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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팀장님한테 점심 같이 먹자고 해 볼까? 12표
B. 아니다, 그냥 내 착각이겠지.  8표


A. 팀장님한테 점심 같이 먹자고 해 볼까? 

"팀장님!"

그 말에 그가 다시 내 쪽으로 돌아보았다. 잘생겼다, 정말. 아니, 이게 중요한게 아니고. 

"저기,저.."

오랫만에 느끼는 긴장과 떨림이다.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는 나를, 와타루와는 달리 그는 기다려주었다.

"오늘 점심...같이 하실래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너무 긴장해서, 덥지도 않은데 오랫만에 땀이 났다. 
차마 그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는데 또각또각, 구둣소리와 함께 그의 멀끔한 구두코가 내 눈 앞에 섰다.

"미안해요."

아, 역시 내 착각이었구나.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치만,"

그는 한걸음 더 다가왔다. 그리고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내게, 또 다정한 말투로.

"저녁은 안 될까요?"
"네?..."

고개를 들자 왠지 조금 쑥스러워 하는 그가 보였다. 괜스레 나까지 부끄러워지는, 그런 미소였다.

"이따가 회사 끝나고 만나요. 제가 잘 아는 곳이 있으니까."
"네,네!"

심장이 쿵쾅거렸다.  오랫만에 느끼는 설레임과 긴장에 하루종일 일이 잡히지 않아 애를 먹었다.

[츄덬씨, 30분 뒤에 정문 앞에서 만나요.]

도착한 문자가 설레이다 못해 심장이 아팠다. 아, 이 간질간질한 느낌 정말 오랫만이다. 
나는 퇴근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얼른 옷매무새를 고쳤다.
색이 옅어진 입술을 덧그리고, 다시 보송보송한 파우더를 얇게 바르고. 마치 첫 데이트를 하는 것 처럼 들뜬 채였다.

"츄덬씨."
"아, 팀장님. 죄송해요. 일 마무리를 하느라고.."
"아뇨, 괜찮아요. 예약 시간도 조금 넉넉하게 잡았구요."
"네,네에.."

시간 여유까지 두고 가게를 예약했다니. 그의 세심함에 새삼 놀랐다. 

가게는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조금 구석에 있는 작은 일식 가게였다.

"아..여기.."
"이 집, 사람은 많이 오지 않지만 정말 맛있는 곳이에요. 숨겨진 맛집이죠."
"...."

네, 알아요. 라는 말은 꿀꺽 삼키고 간판을 다시한번 보았다. 
여긴 와타루가 일하는 가게다. 지금 들어가면, 아마 와타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내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보면 와타루는 무슨 생각을 할까. 
괜스레 주춤거리자 팀장님은 '혹시, 일식 안 좋아하세요?' 라고 물었다.

"아뇨, 아니에요. 들어가요."

나는 눈을 한번 감고, 심호흡을 크게 한번 했다. 우린 헤어진 사이다, 그러니까 와타루도 아무런 생각 안 할거야.

"어서오세요."

아, 하필 와타루와 딱 마주쳤다. 와타루는 조금 놀란 듯 하더니, 이내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돌아왔다.

"몇 분이세요?"
"두 명이요, 아까 예약했습니다."
"성함이?"
"후지가야입니다."
"..네, 확인되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앞장서서 걷는 와타루의 등을 빤히 바라보았다. 조금 마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 걸까, 싶다가도 밥만은 제때 잘 챙겨먹고 있을거란 생각이 들어 남몰래 풋, 하고 웃었다. 

손을 내밀면 바로 닿을듯한 거리에 와타루가 있다. 

지금 내 옆에는, 다른 사람이 동행하고 있는데도. 나는 계속 와타루의 등만 바라보았다.

식사가 어떻게 끝났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저, 오랫만에 본 와타루는 조금 말라 있었고, 오랫만에 맛본 와타루의 음식은 여전히 따뜻했고,
팀장님의 배려심이 가득차 부담없이 식사를 마친 와중에도 나는,

자꾸만 바삐 움직이는 와타루를 힐끗 보게 되었다는 것만이 기억났다.


"오늘, 식사 감사했습니다."
"아니에요. 맛있는 곳이라 꼭 소개해주고 싶었거든요."
"정말, 정말로 맛있었어요."
"그래요? 그러면 다행이네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결국 그 날 음식값은 팀장님이 전부 냈다. 내가 옆에서 어쩔줄 모르며 저도 내겠다고, 
제가 먼저 얘기한거니까 그렇게 해 달라고 했지만 그는 끝까지 완고했다. 
그리고 차로 집 앞까지 데려다주기까지, 정말 완벽한 데이트였다.

멀어져가는 그의 차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 나 혼자만의 맨션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텅 빈 집이,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

잠시 와타루를 본 것 만으로도 이렇게 일렁이는 마음이 미웠다. 
그렇게 모질게 끊어내길 원했으면서, 먼저 그를 떠나기를 바랐으면서, 이제와서.

문득 핸드폰을 꺼냈다. 단축번호 1번을 누르면, 와타루에게 연결될 것이다. 
바빠서, 라는 핑계로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는 그 번호가, 버튼 하나로 연락이 되기도 하고, 혹은 지워지기도 할 것이다.

손가락이 계속, 1번 버튼 위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헤어진 연인이, 여전히 전 애인의 전화번호를 단축키로 등록해 둔다니. 이제와서 다시 연락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다니. 

하지만 나는, 그 웃기지도 않는 상황에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게 뭐야..."

핸드폰을 든 손이 떨렸다. 

"...보고싶어."

새어나온 말에 푹, 얼굴을 묻었다. 바보같은 얘기다. 문득 얼굴을 묻고 생각했다.

내가 왜 헤어지고 싶어했더라? 마음이 식어서, 였던가? 

"식긴 뭐가, 식었다는거야...... 바보 아냐?"

나는 결국, 떼를 쓴 것 뿐이었다. 날 더 봐줘, 날 더 사랑해줘. 그렇게 말하는 대신 
괜히 심통나서 '이제 너한테는 설레지 않아!' 라면서, 그렇게 하면 혹여나 그가 날 더 봐 줄까봐, 그랬던 것이다. 

언제나 변함이 없는 그의 모습에, 나만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그때, 전화가 울렸다.

"..........하......"

와타루였다.



A. 전화를 받는다.
B.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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