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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키스마이) 오래된 연인을 위한 세레나데♪츄테배 레스게임 와타편_03 (20:45~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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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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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싱크대 옆에 놓인 분홍색 돌고래 스트랩 15표
B. 냉장고에 붙은 다른 쪽지 7표



A. 싱크대 옆에 놓인 분홍색 돌고래 스트랩

싱크대 옆에는 분홍색 돌고래 스트랩이 놓여 있었다. 맨션 키가 함께 붙은, 둘이 같이 샀던 분홍색 돌고래 스트랩. 
진짜로 안 올 생각이구나,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열쇠를 들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 먼저 마음먹은건 난데 왜 자꾸 이런 울적한 기분이 드는거지. 

이상하게 자꾸만 눈가가 뜨끈해졌다. 정신 차리자, 아침부터 꼴 사납게 울지 말자. 나는 심호흡을 크게 두 번 했다.

"오늘이 휴일이라 다행이다."

그런 덧없는 소리나 하면서, 나는 내 마음을 진정시키며, 단촐한 설거지를 마쳤다. 
그래, 1인분이라서 금방 끝나네. 이건 좋다.
설거지를 마치고 몸을 돌리는 순간,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졌다.

"아, 이거 낡아서 그런가보네."

분홍색 돌고래 스트랩이었다.
그가 남기고 간, 맨션 열쇠와 함께 붙어있던 스트랩이 바닥에 혼자 떨어져 있었다. 
쭈그려 앉아서 들여다보니 열쇠와 이어지는 부분이 상당히 많이 녹슬어있었다.
맨날 물을 만지고서 열쇠를 만지니까 그렇지, 라면서 괜스레 툭툭 스트랩을 건드려보았다.

"어?"

바닥에 투둑, 하고 투명한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것을 기점으로, 눈 앞이 따뜻해짐과 동시에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바닥에 떨어진 스트랩, 그리고 혼자 덩그러니 쭈그려 앉아있는 나. 

나는 바닥에 놓인 외로운 스트랩을 손에 꼭 쥐었다.


그렇구나, 우리 헤어진거구나.

나는, 그 자리에서 참을 새도 없이 울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집안에, 
유일하게 들리는 울음소리가 메아리쳐 내게 다시 돌아왔다.


**



"아....... 기운없다."

아침에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 물론 내가 게으른 탓이 더 크지만...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고 미처 아침밥을 챙기지 못했는데 그게 이렇게 반향이 클 줄이야. 
나는 출근해서 좀비처럼 테이블에 턱을 괴고 한숨을 푹 쉬었다.

아아 배고파. 헤어짐의 슬픔보다 배고픔이 먼저라니. 인간은 왜 밥을 먹어야만 하는걸까.

"어? 츄덬씨 왜이렇게 기운이 없어요? 무슨 일 있어요?"

지나가던 팀장이 내게 말을 걸었다.  
후지가야 타이스케, 일명 '가야상'. 말끔한 외모에 다정한 배려심까지, 
사내 여자 사원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장본인이었다. 

"그냥.....아침을 못 먹어서 배가 고프네요."
"그럼, 이거 먹어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 앞에 샌드위치와 커피를 내려놓았다. 
회사 앞에서 파는, 조금 비싼 샌드위치였다. 유기농 재료를 넣었다나 뭐라나 하면서 빵빵하게 광고를 했던 그 샌드위치.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도는걸 느꼈으나 이내 이성을 찾고 대답했다.

"아, 그치만 그럼 팀장님은....."
"응? 난 괜찮아요. 밥 먹고 왔는데도 뭔가 출출해서 이것저것 사들고 온 것 뿐이니까."
"그래도.."
"나는, 이거 먹으면 돼요. 아, 혹시 다이어트 중이에요?"
"아뇨, 아뇨. 그냥.. 죄송해서요."

그 말에 그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고는,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여기 말고, 탕비실 가서 몰래 먹어요. 여기서 먹으면 배고픈 다른 팀장님이 화 낼테니까."
"네, 네..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설레었다. 긴 연애에 익숙해져서, 설렘따윈 이제 없을 줄 알았는데. 
정말 오랫만에 느껴보는 설레임이었다.
그리고, 그가 준 샌드위치는...


"장난 아니더라, 진짜 비싼 값을 하던데?"
"아니 것보다 너.. 진짜 헤어진거야?"
"뭐어..... 그렇지 않을까? 시간을 두자, 고는 했지만 그 말 그대로 믿는 바보가 어딨어."

내 말에 친구는 짐짓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너..괜찮은거야?"
"응? 보다시피. 솔직히 첫날은 좀 슬펐는데, 아침에 보니까 슬픈것보다 배고픈게 먼저 느껴지더라. 하하."

달그락 달그락, 괜스레 아이스티의 얼음을 휘저으며 말했다. 
친구는 여전히 심각한 표정이었고, 나는 의외로 덤덤한 내 모습에 조금은 만족 중이었다.

"근데, 좀... 오랫만에 설레더라. 그런 취급."
"헐."
"야야, 그 표정 뭐냐? 어차피 프리한 몸인데 뭐 어때!"
"야, 너 회복이 너무 빠른거 아니냐? 아무리 내 친구라지만 정말 무섭다 무서워."

그녀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하이고, 그러시겠지. 본인 연애사업이 잘 되다 못해 아주 풍년이라 이거지?

"근데 뭐..."
"?"
"정말, 잘 해볼 생각이 있어? 그..."
"가야상?"
"응. 그 사람이랑."
"솔직히 말해도 되냐."
"어."
"솔직히 베리땡큐지. 그정도면 야, 평생 업고 다닌다 내가."

농담이 아니라, 정말 베리땡큐인 남자다. 다정하고, 능력있고, 잘생기고, 세심하고 심지어는 돈도 많은 남자다. 
수많은 여성 사원들이 끊임없이 들이댔음에도 불구하고 더러운 소문 하나 없는, 그런 남자다. 
그 주변에서 한번도 싫은 소리나 나쁜 소리가 나와본적이 없는 무적의 남자.
아마 이게 드라마라면 그는 남자 주인공이었을 것이다. 돈도 많고, 능력도 좋고, 잘생기고 착하기까지 한 백마탄 왕자님.

"그정도야?"
"어. 우리 회사 여직원들의 꿈과 로망이신 분이다."
"그렇게 말하니까 괜히 나도 궁금해지네.."
"떽, 남친 있으신분이 어딜! 걔 그러다가 운다 너?"
"울긴 뭘 울어, 그런걸로 울거면 애저녁에 떨어져나갔지."
"아이고, 또 남친 얘기 나왔다고 광대 폭발하는거 봐라."
"시끄러!"

시답지 않은 대화를 하면서 나는 평소처럼 웃었다. 
어느덧 그가 없는 7일째가 지나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아~"

아무도 없는 거 뻔히 알면서 나는 버릇처럼 인사를 했다. 
그가 없는데도 '외출 후에는 손 씻어!' 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아서 쪼르르 달려가 손을 씻었다.
우리가 함께 쌓아온 3년의 시간은 결코 짧은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선 3년이나 사귀었다는 말에 '그렇게 오래?' 라고 놀라곤 했다.
내게 있어 그와 함께한 3년은 그렇게 길지 않았는데, 왜 주변에선 그렇게 오래 만났냐며 놀라워 했는지, 그 당시의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헤어지고 나서 알았다. 3년의 추억은, 정말 끝도 없이 계속 흘러나와서 날 자꾸만 울게 만들었다.

일요일 낮의 햇빛, 매일 하는 뉴스, 지나가는 길에 보았던 판매 광고까지. 
뭐 하나 그가 새겨져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럼 난 또 한참을 울다가, 또 시간이 지나 침착해지고. 다시 또 울고, 또 다시 멀쩡해지고를 며칠 반복했다.
7일이나 지났는데도, 가끔 눈물이 돌 때가 있었다. 하지만 첫째날만큼 울진 않았다. 

"..익숙해지는구나. 금방"

조금은 자조적인 말투로 말했다. 가끔 그가 생각나는 것 말고는 힘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아 진짜 맛없어......."

계란프라이 하나도 간신히 하는 주제에, 그동안 정성스런 그 손맛에 길들여진 입맛은 다시 내려올 줄을 몰랐다. 
차라리 입맛이라도 별로였다면 좋았을것을. 
이미 그 맛에 길들여진 나에게 인스턴트 식품은 너무나 자극적이었고, 직접 만든 요리는 너무나 처참했다.

"이상하다. 요리책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데 왜 맛이 없지?"

언젠가 라면을 끓이다가 물을 잘못 재어 한강을 만들자 그는 '절망스러울 정도의 손재주' 라며 나를 놀리곤 했다. 
그 말에 나는 '그러는 와타루는,' 이라고 말하려다가 내가 그보다 잘 할 수 있는게 뭔지 한참을 생각하느라고 말을 잇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아, 기억을 해내도 이런 비참한 일을.
나는 고개를 젓고, 여전히 맛 없는 오늘의 내 요리를 입에 쑤셔넣었다.


다음 날, 여전히 맛 없는 요리에 기운을 잃어 끙끙거리며 탕비실로 향했다. 
빈 속을 커피로 달래보려고 하는데, 그가 나타났다.

"오늘도, 아침 못 먹었어요?"
"아, 팀장님..."
"아침, 중요하대요. 점심이나 저녁보다도 더."
"알죠.. 아는데..."

제 손재주가 절망적이어서 차마 아침에 먹을 수가 없어요, 라는 대답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자 눈 앞에 작은 도시락이 놓였다.

"이거 줄게요."
"어, 이게 뭐에요?"
"츄덬씨처럼 아침 못 먹고 출근하는 사람을 위한 도시락."
"네?"

그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내게 조그맣게 말했다.

"직접 만든거라서, 맛은 없을지도 모르지만요."

그 말에 나는 또 설레었다. 나를 위해서 누군가 만들어준 도시락, 오랫만이다. 하지만 이걸 왜 나한테..?
설마, 하는 마음에 그를 보고, 또 다시 도시락을 보고. 둘을 번갈아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그는 또 웃었다.

"빈 도시락은, 나중에 돌려주세요."

그 말을 남기고 천천히 돌아서는 그를 보며 나는 왠지 모를 설레임과, 기대감을 느꼈다. 


A. 팀장님한테 점심 같이 먹자고 해 볼까?
B. 아니다, 그냥 내 착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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