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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키스마이) 오래된 연인을 위한 세레나데♪츄테배 레스게임 와타편_02 (20:20~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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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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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망설일 시간이 없다, 바로 와타루를 부른다. 9표
B. 우선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7표


A. 망설일 시간이 없다, 바로 와타루를 부른다.

"저, 저기....."
"응?"
"아, 나 할말이......."
"어, 말해."

그는 돌아보지도 않고 착착착, 열심히 저녁 준비중이었다. 
그 모습이 괜히 열받았다. 지금 할 말이 있다는데 저렇게 건성으로 '말해' 라고 하고 싶냐!
하지만 헤어짐을 말할때 화를 내는건 뭔가 염치 없는 일이다. 일단은 참자.

"와타루, 잠깐만. 잠깐이면 되니까.."

그 말에 그가 멈칫했다. 그도 뭔가 낌새를 챈 것 같았다. 그는 후, 하고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분주하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곤 천천히 다가와서..

"..현관에서 할 정도로 급한 말이야?"
"그건.."

기껏 불러놓고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의 표정은 왠지 불만스러워졌다. 미간의 주름이 진해지고 있었다.

"아, 너!"
"어?"
"이게 뭐야, 새 옷인데!"

아까 흘린 케이크 자국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럼 그렇지, 잔소리 왜 안나오나 했다. 나는 왠지 모르게 기운이 쭉 빠지고 말았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질질 흘리고 다녀? 이거 얼룩 빼기가 얼마나 힘든데!"
"지금 그게 중요해? 그거보다..."
"어, 중요해. 기껏 불러놓고 말도 못 하는데 네가 하는 말이 중요한 말인지 어떤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 말에 나는 또 할 말을 잃었다. 아니, 맞는 말이긴 한데. 지금 내가 진짜 중요한 얘기 하려고 하는데 그걸 못 참냐?
그거 지적 안 하면 어디 병이라도 나나? 부글부글,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부딪히면 난 백퍼센트 밀린다, 이건 이 남자랑 사귀면서 깨달은 사실이었다.

"어떻게 하루도 평탄한 날이 없냐, 쯧."

으아, 도저히 못 참겠다. 마지막에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에 나는 무언가 폭발 스위치라도 눌린 듯 분노를 해방시켰다.

"지금 내가 중요한 할 말 있다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해?"
"후... 그래, 말해. 말하라는데 왜 말을 못해?"
"그래, 그냥 말한다 내가!!! 이러는거 진짜 지쳤어! 우리 엄마도 이렇게까진 안 하겠어!"
"하? 옷에 뭐 묻히고 오면 그거 누가 다 처리하는데? 너희 엄마가 아니라 내가 하잖아."
"그래, 그거 참 고맙다! 근데 해줄거면 좀 그냥 조용히 해주면 어디가 덧나? 
꼭 칠칠맞네, 사고치네 하는 말투로 사족을 덧붙여야 속이 시원해?"
"하루 이틀이 아니잖아!"
"아, 진짜 지겹다, 그만 좀 하라고! 이럴때마다 진짜 정이 뚝뚝 떨어져!"
"...하..."

말을 꺼낸 나 조차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상처주지 않기로 했는데, 못됐다 나. 아무리 그라도 상처받았을것이다. 
방금전까지 폭발할 것 같았던 분노는 어느새 사라진지 오래였다.

"아, 저기....."
"그래, 정 떨어지게 해서 미안하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등을 돌렸다. 

"..시간이 필요해? 아니면, 그냥.."
"........"

등을 돌려서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나는 알 수 있다. 그는 지금 매우 상처받았다. 
그는 '...아니다.' 라고 중얼거리고는 부엌으로 다시 돌아갔다.
통통통, 칼로 재료를 써는 소리와 솨아아 하는 물소리, 보글보글 끓는 소리까지 아까 그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


다음 날 아침, 그는 조용히 사라졌다. 자신의 짐을 모두 챙겨서, 정말 조용히 떠났다. 
깨끗하게 개어진 이불 외에는 그가 있었던 흔적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원래 아무도 없었던 것 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는 사라졌다.


"...가버렸네."

왠지 마음이 허했다. 천천히 부엌으로 나오니, 어제 만들었던 고기감자조림과 밑반찬 몇 가지가 차려진 아침상이 보였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걸 보면, 차린지 얼마 안 된 모양이었다. 

그래봐야 그는 없지만.

"......."

바스락, 그 옆에 조용히 놓여있던 작은 쪽지를 집어들었다.


[츄덬에게.
혹시 식으면 전자레인지에 30초정도, 비닐 랩 씌우고 돌릴 것.
그냥 돌리면 고기에 남은 수분때문에 찌꺼기가 튈 수 있으니 꼭, 랩 씌워서 돌려야 해.]

"......누가 이런것도 모를까봐."

픽, 웃으며 테이블에 앉았다. 가지런히 놓여진 젓가락도, 그 밑에 받쳐진 당근 모양의 젓가락 받침도. 전부 둘이서 고른 것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조용한 집안에, 들을 사람도 없는데 나는 괜스레 큰 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맛있다."

언제나 변함 없는 맛이었다. 그러고보니 요리할때의 그 옆모습, 내가 참 좋아했었는데. 
'그러다가 손 베이는거 아니야?' 라며 손을 떨던 그를 놀리곤 했었다. 
그는 단 한번도 손이 베인 적이 없었지만 말이지.

뭔가 꽉 막힌듯한 기분으로 나는 그가 마지막으로 차린 아침상을 깨끗이 비웠다. 
체하지 않도록 천천히, 꼭꼭 씹어서, 그가 남긴 온기까지 전부 깨끗하게 먹어치웠다.

"아, 설거지 귀찮은데. 그래도 1인분이라 금방 끝나겠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싱크대로 향했다. 
그가 자주 두르던 남색 앞치마도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 또 앞치마는 챙겨가셨구만... 어?"

내 눈에 아까 보지 못했던 것이 들어왔다. 그의 흔적이다.

내가 본 것은...

A. 싱크대 옆에 놓인 분홍색 돌고래 스트랩 
B. 냉장고에 붙은 다른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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