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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키스마이) 친구이상 연인미만♪츄테베 레스게임 미야편_퍼펙트 루트
660 15
2015.07.2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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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머, 토시군 왔니? 츄덬아, 토시군 왔어~"
"자, 잠깐마아안~!!"

그 말에 나는 후다닥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 으아, 예고없이 오지 말라고!
완전 폐인 꼴을 하고 뒹굴고 있었는데!


똑똑.

헉, 빨라!

"나 들어가도 돼?"
"아 잠깐만!!!"

절박한 내 목소리에 그는 쿡쿡 웃었다. 바스락 바스락, 봉지 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 뭔가 또 사 들고 오셨군.
얼른 옷 위에 떨어져 있던 감자칩 가루를 털어내고, 구겨진 이불도 깨끗이 편 다음 문을 열었다.

"드을...어와!"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뭐 숨길게 있다고. 앗 설마!"

설마 뭐!


"야한 책?"
"야!"

퍽, 소리나게 배게를 들어 안면을 강타했다. 헉, 내가 생각해도 너무 세게 들어갔다!

"아하하, 역시 츄덬이 힘은 변함이 없네."
"웃음이 나냐?"
"응, 웃음이 나. 하하하."
"어휴 그래, 너 잘났다."

또 그는 사람 좋게 웃어보였다. 웃는 얼굴 만큼은 정말 흠 잡을데가 없다. 다른 친구가 '쟤는 정말 맑게 웃는 애네' 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그러고보니 '만약 내가 아이돌을 한다면 이 미소를 최대 무기로 할거야!' 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물론 나는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라면서 호쾌하게 등을 퍽, 쳐 줬지만.


"근데 무슨 일로 갑자기 왔어?"
"아아, 맞다! 이거이거."

검은 비닐 봉지에서 부스럭거리면서 꺼낸것은...

"아, 이거, 이거!!!"
"이거, 너 먹고 싶다고 했었잖아. 오늘 편의점 갔는데 보이길래."

한정판 달콤한 무지개색 푸딩이었다. 얼마 전에 편의점에 같이 갔다가 없어서 시무룩한 적이 있었는데, 고맙게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갔는데 딱! 보이길래 얼른 집어왔지~ 어때? 나 칭찬 좀 해주고 싶지 않아?"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이 녀석이 오늘만큼은 사랑스러워 죽겠다. 며칠을 기다려도 눈 앞에서 번번히 놓쳐버렸던 그 한정판 푸딩! 
세상에, 세상에! 진짜 몇 달을 끙끙거리면서 앓았는데..!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A. "고마워!" 라고 말하며 와락 끌어안고 말았다.
B. "달랑 한개?" 라며 장난스레 받아쳤다.


"달랑 한개?"
"어?"

지익, 푸딩 껍데기를 뜯으며 나는 도도하게 말했다.

"흐음, 이거 하나로 요기가 되겠어? 아직도 날 몰라?토.시.군."

탱글탱글, 윤기가 흐르는 푸딩을 보니 침이 절로 주륵 나왔다. 농담을 가장한 진담이기도 했다.
푸딩 하나는 너무 감질나! 그렇게 투덜거리며 나는 푸딩을 크게 푹, 떴다.

그리고 크게 한 입.

"으음~~~~ 천국!"

혀 끝에서 살살 녹으며 탱고춤을 추는 환상적인 조화에 마치 천국에라도 오른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아, 하느님. 푸딩이란 존재를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또 크게 한 수저 푹 떠서 입에 넣으려는 순간, 옆에서 왠지 흐뭇하게 바라보는 미야타랑 눈이 마주쳤다.
괜스레 다정한 눈빛을 한 그를 마주한 순간 부끄러워져서 또 틱틱대고 말았다.


"뭐야?"
"응? 그냥."
"뭔데~ 설마 '잘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라는 말이라도 하려는건 아니겠지?"
"그런 말 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고?"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니, 여기선 '그런거 아니야!' 하고 어쩔 줄 몰라야 하는게 미야타다운 반응인데?
그 말에 어버버 거리고 있자 미야타는 또 웃었다.

"아하하, 응응. 귀여워 귀여워."
"그런 적선 하는듯한 투는 필요 없거든여?!"
"그런 거 아니라니까."

순간적으로 그의 눈빛이 진지해진 듯 했고, 그때..

"토시군, 온 김에 저녁 먹고 갈래? 밥 다 됐는데~"

아래층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그 말에 미야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앗, 정말요? 네~엡!"
"야, 집에 가!"
"싫어, 푸딩 값은 받고 가야겠다능!"

그렇게 말하며 그는 '어머님 도와드려야지~♪' 하는 이상한 노래를 부르며 부엌으로 내려가버렸다.


미야타는 또 웃으면서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난 그가 돌아서 방을 나가는 순간 보았다.
새빨개진 귓볼을.

그걸 보니 괜스레 나까지 쑥쓰러워 지는 것이었다. 그냥, 어쩌다가 빨개진거겠지. 더워서 그런 거겠지, 라며 괜히 마음을 달래본다.

"치, 괜히 신경 쓰이게 말야."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침대에 벌렁 누웠다.

어렸을 적의 나는 평범하게 못된 여자애여서, 어렸을땐 나보다 조그맣고 눈물도 많던 미야타를 참 많이 괴롭히곤 했다.
그래도 '난 츄덬이 옆에 있을래' 라며 20년이 넘도록, 함께 해 준 소중한 존재. 
어느새 나보다 훌쩍 커버린 그를 보면,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물론, 한창 감수성이 풍부할 시기엔 이성적으로 의식했던 적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상상해보려 해도 '연인'으로 함께하는 우리 둘의 모습은 괜히 낯간지럽기만 해서,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제일 큰 건 아무리 봐도 미야타가 나를 이성으로 본다는 느낌이 없어서겠지만. 

**


"잘 먹겠습니다~!"

어째서인지 자연스레 미야타가 여기 섞여있는게 영 마뜩찮았지만, 오늘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고기니까 용서하기로 한다.
그리고 뭐.. 푸딩을 사다주기도 했고.

"와, 어머니 이거 진짜 맛있네요! 짱짱!"
"호호호, 뭐 이런걸로.. 그래그래 더 먹어, 더 먹어~!"
"어머님 최고♥"

이미 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쓸데없이 싹싹한 자식은 우리 엄마의 마음까지 꽉 잡았다.
덕분에 엄마는 '토시군 정도면 언제든지 결혼해도 대 찬성이야!' 같은 류의 발언을 하며 은근슬쩍 미야타와 나를 엮어대곤 했다. 이젠 '그런 거 아니야~' 라고 말하기에도 지쳐서 '아 네에.' 하고 넘기게 되었지만.

나는 묵묵히 고기를 구웠다. 으흐흐, 노릇노릇 잘 구워져라~ 저절로 침샘이 자극되는 순간이었다. 

"어라?"

내 전용 컵이 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보라색 곰돌이 컵이!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내가 천천히 일어서자 엄마와 둘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미야타가 눈치채고 얼른 말을 붙였다.

"응? 어디 가?"
"컵 가지러~"
"그럼 올때 나도 물 한잔만!"

아오, 저걸 콱 그냥!
차마 엄마 앞에서 욕을 할 순 없고, 나는 궁시렁거리며 부엌에 도착했다. 보라색 컵은 정수기 옆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역시 이 컵이 있어야...응?"

가스레인지에서 뭔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뭐지? 이미 저녁은 먹고 있는데.
왠지 달큰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괜스레 궁금해진 나는


A. 큰 소리로 엄마에게 '엄마. 이거 뭐야?' 라고 묻는다.
B. 몰래 뚜껑을 살짝 열어본다.


"우리 여사님이 나 몰래 뭘 준비하고 계셨나 볼까나~"

살짝, 아주 살짝 뚜껑을 열어보았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맛있는!

"...육수네."

허무함을 감추지 못하고 뚜껑을 닫으려는데, 순간 손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보글거리며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뚜껑 쇠 부분이 팔 쪽에 닿았다. 

"앗 뜨거워!"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 더불어 쨍강, 하며 떨어진 냄비 뚜껑은 깨져버렸다.
팔은 빨갛게 부어오르고 냄비 뚜껑은 깨 버렸고, 나는 갑자기 패닉이 되어 울상이 되었다.

"츄덬아, 왜 그래?"

큰 소리에 놀라 급하게 달려온 미야타를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거, 실수로...팔..........어떡하지, 엄마한테 혼나겠다. 뚜껑 이거..."

횡설수설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나를 보던 미야타는 가스 불을 끄고 바로 팔을 낚아채어 찬 물을 틀어주었다.

"뭐 하는거야, 바보야."
"아니 그냥..뚜껑.......놓쳐서.......저거 치워야되는데........."
"지금 뚜껑 깨진게 중요해?"

왠지 화가 난 것 같아서 나는 말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 
잠시동안 찬 물에 내 팔을 식혀주던 그는 어느정도 붉은 기가 가라앉자 꾹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보자. 아, 어떡하지. 여자애 팔에 흉 지겠다."
"저기..엄마는..?"
"내가 가 본다고 하고 왔어.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으니까."
"아 망했다~. 엄마한테 백퍼 혼나겠네."

그 냄비는 분명 엄마가 선물로 받은 냄비였다. 그런 냄비를 깨 버렸으니, 엄마가 화를 낼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내가 어쩔 줄 몰라하자 그는 한숨을 한번 쉬더니 주저앉아서 깨진 냄비 뚜껑을 치우기 시작했다.

"아, 내, 내가 할게.."
"됐어, 다쳤잖아. 찬 물에 계속 팔 대고나 있어."

괜시리 찡해졌다. 평소엔 남자 형제처럼 대하더니 이렇게 챙겨줄 땐 갑자기 잘 챙겨준단 말이야. 
솨아아아, 싱크대의 물 소리와 유리 조각을 치우는 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왔다. 어색한 침묵이 한동안 이어졌다.


"...많이 아파?"

먼저 입을 연 것은 미야타였다.

"으응, 별로. 그냥 좀 따끔거리는 정도."
"속상하게 다치고 그러냐."
"속상하긴 니가 왜 속상해, 내가 속상하지. 냄비 깨먹어서."
"...그것도 포함해서 속상하네."

뒷모습만 보여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투에서 정말 속상함이 묻어나와 기분이 이상했다. 
아빠도 아니면서. 하다못해 남친도 아니면서, 속상하다고 그러면 괜스레 착각하게 되는데.

"다치고 그러지 마."
"...치, 무슨 남친같은 대사를 하고 있냐."

그 말에 유리조각을 다 치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남친 맞지, 남자사람 친구."

어, 이상하다. 저 말이 왜 갑자기 속상하지? 순간적으로 가슴이 쿵, 내려앉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착각인가?

"...그치?"

그는 고개를 돌려 웃으면서 말했다. 왠지 조금 슬퍼 보이는 미소여서 나는 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유리조각을 모아서 봉지에 담은 그는 내가 있는쪽으로 다가와서 찬 물을 튼 수도를 껐다. 
옆에 걸려있던 수건을 들어 조심조심 팔의 물기를 닦아주었다.
혹여나 데인 곳을 건드릴까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일단 식혔으니까 식탁으로 돌아가자. 너무 오래 이러고 있으면 어머님도 오해하실거고."
"무슨 오해?"
"...글쎄."

그는 또 묘한 표정으로 웃더니 내 팔을 잡아 끌고 식탁으로 돌아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미안 엄마.. 냄비 뚜껑에 데여서..."
"어머어머, 괜찮아? 많이 다쳤어?"

엄마의 걱정스런 말투에 괜히 콧날이 시큰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엄만데, 딸이 다친것보다 냄비를 먼저 챙기진 않겠지.

"그냥 조금 데였어. 미야타가 도와줘가지고 유리조각도 다 치우고.."
"으이구, 칠칠맞게. 크게 안 다쳤다니 다행이네. 역시 토시군 믿음직해~ 그치?"

또또 저 눈빛. 엄마, 꿈 깨라니까.

그렇게 왠지 저녁식사는 흐지부지 되었다. 
미야타의 집은 바로 코 앞임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왠지 '토시군 데려다 주고 와!' 라며 나를 내쫓았다.
이래뵈도 다친 사람인데 거 참 서럽네. 


조금 걷다가 근처 공원에 앉았다. 
사실 이대로 집에 바로 들어가기엔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새삼 참 신기하네."
"뭐가?"
"그냥, 20년 넘게 한 동네에 쭈우욱 살았다는게."
"덤으로 나도 있고 말야."

그 말에 나는 웃었다. 그러게, 우리 어느새 20년 넘게 함께했네. 


밤인데도 여전히 더웠다. 나는 연신 손 부채질을 해 댔고,

"음... 잠깐만."

미야타는 갑자기 잠시 기다리라며 서둘러 자리를 비웠다.

잠시 후,

"짜잔~"
"헐, 대박!"


그래, 아쉬웠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센스쟁이~!"
"내가 좀."
"아이고, 한번 띄워주면 이런다니까 진짜."
"하하하."


A. 미야타의 손에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다.
B. 미야타의 손에는 시원한 캔맥주가 들려 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그의 손에는 시원한 캔 맥주와, 간단한 요깃거리가 들려 있었다. 
더운 여름 밤에 시원한 캔맥주는 천국이지. 암암.

캔을 따자 푸쉭, 하고 시원한 소리가 났다. 소리만 들어도 더위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흐아...좋다 좋아."
"아저씨 같아, 너."
"아저씨면 뭐 어때~ 좋은게 좋은거지."
"그래 그래."


한 모금, 두 모금. 천천히 시원한 맥주를 마시니 숨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있지,"
"응?"
"네가 내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
"...그래."

아아, 기분 좋다. 시원한 맥주. 여름 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이 녀석까지, 그냥 다 기분 좋다.

"난 말야, 너처럼 편하게 이렇게 함께 있을 수 있는 상대가 있어서 참 좋아."
"그래?"
"응. 애인이라면 이런 후줄근한 옷 입고 공원에 있을 수도 없을거구, 또 아저씨처럼 편하게 맥주 마시면서 노닥거릴 수도 없을거구."
"...."
"하하, 나한테 너 같은 친구가 있다는게 진짜 복인 것 같다."

순간 왠지 정적이 흘렀다. 어라, 왜 얘가 대답이 없지? 싶어서 옆을 보니.

".....난 싫어."
"응?"
"...난, 왜 .. 그런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 말에 순간 나른하던 기분이 확 깨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저렇게 상처받은듯한 표정을 하고, 내 눈 앞에 있는 이 남자애는....

답지 않게 진지한 그 눈빛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미야..ㅌ..."
"...아, 미안해. 미안. 그냥..... 아니야."

내가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하자, 그는 금세 원래의 웃는 얼굴이 되었다.

"그... 드라마....에서...본건데! 응, 드라마에서! 대사가 멋있길래 한번 해보고 싶어져서 저질렀다☆ 같은 느낌으루..!"
"뭐, 뭐야... 놀랐잖아. 왜 그런 장난을 해!"
"아, 아아...그냥........술이...응. 술이 문제네 술이."
"야, 누가 보면 병나발이라도 분 줄 알겠다."
"하하, 그러게."

천천히, 우리는 남은 맥주를 비웠다. 다 비우고 나서도 한 동안 말이 없다가,

"...그만 들어 갈까. 시간도 늦었고."
"응. 그러자."

먼저 말을 꺼내준 그 덕에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타박타박, 조용히 갈림길까지 걸어와서는,


"잘자."
"응, 너도."

우리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나보다 먼저 뒤 돌아서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나는, 정말 나도 모르게 그를 불렀다.

"미야타!"

내 목소리에 천천히 걷던 그는 나를 돌아보았다.


A. 내가 착각해서 오버하는 걸까? 일단 자고 나서 생각할래.
B. 나는 바보가 아니다. 할 말은 해야겠어.

"왜?"

멀리서는 들리지 않을거다. 나는 천천히 그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여전히 그는 웃는 얼굴이었다.

"아까 그거, 정말 농담이었어?"
"뭐가?"
"그런 말 듣고싶지 않다는 거."

그 말에 웃고 있던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셨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가 꺼낸 말은,

"......미안."

미안하다는 그 한마디가, 기폭제가 된 것 마냥 내 안의 무언가가 폭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왜 항상, 그는 나에게 '미안' 하다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것일까. 
자신이 잘못한게 하나도 없는데, 왜 자기가 죄라도 지은 것 마냥.......

"미안? 대체 뭐가, 뭐가 그렇게 미안한데?"
"그냥... 미안해, 다."

또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항상 나를 바라보면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웃는 얼굴로 잘 감추고 있다고 해도, 내 눈엔 분명한 경계가 보인다. 
그가 나를 봐 온 만큼, 나 역시 그를 쭉 봐왔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제대로 말해, 그냥 미안한단 말로 피하려고 하지 말고!"

어느새 나는 빌고 있었다, 그가 꺼낸 말이 내가 원하는 그 말이기를. 
오랜 시간동안 숨겨두었던 내 마음도 드러낼수 있는 그 말이기를.

"..내가, 어떻게 하란 말이야!
여기, 여기에 담겨진 거 말하고, 나 편하자고! 어떻게 말을 하냐고!"

갑작스런 큰 소리에 나는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드물게도 울고 있었다.

"나는, 자신이 없어.... 내가 지금, 너한테 말해버리면. 그래서, 네가 나를 경멸하게 되어버리면 어쩌나 하고...
아니, 만에 하나. 네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너는 착한 아이라서 그런 거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테니까."
"...미야타군."
"그러니까, 나에게 말하라고 하지 말아줘. 나는 그냥........ "

어린애처럼 덜덜 떨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나는 안다. 나도 몰래 숨겨뒀던 그 마음이 그랬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나도 왠지 자신이 없어지고 있었다. 내가 당연히 그럴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틀리다면?
그래서 더 이상, 네 옆에 있을수 없을 일이 생긴다면.

너무나 겁쟁이인 나는 결국, '미안해' 라며 그를 안아주었다.
그는 조용히 그대로 있다가, 나를 가볍게 떼어내고 '잘 자.' 라고 말하며 등을 돌려 가 버렸다.

왠지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나는 그 날, 집에 들어가자마자 쓰러져서 잠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푹 자고 싶었다.


*Happy End*


조용한 집안에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에 감기 한번 걸린적 없던 그가 감기몸살로 앓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조용하고, 또 깔끔하게 정리된 집 안의 분위기는 뭔가 평소의 미야타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똑똑, 가볍게 미야타의 방문을 노크했다. 자고 있는지 대답이 없었다.

"나 들어간다아..?"

방문을 열자 색색거리며 잠들어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땀에 젖은 머리와 열에 들떠 발갛게 달아오른 두 뺨을 보니 왠지 가여운 마음까지 들었다.
평소에 아픈 소리, 싫은 소리 한번 안 하던 그였기에 괜스레 마음이 더 쓰였다. 
감기몸살로 앓고 있다는 사실도 미야타의 엄마가 걱정스레 하는 말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것이었다. 
나 아프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주제에, 자기 아픈건 말도 안 한다니까.

빨갛게 달아오른 뺨에 손을 대 보았다.

"으응.."

미야타가 순간 몸을 뒤척였고, 나는 깜짝 놀라 손을 뗐다. 이런, 내가 이런 애인줄 몰랐는데... 아픈 모습은 왠지 묘하게...

"...간호나 하자."

고개를 세차게 붕붕 젓고 조심스레 일어나서 물수건을 준비하고, 달아오른 이마에 살짝 올려주었다. 
방금전까지 찡그리고 있던 표정이 조금 풀어진걸로 봐서 기분이 좀 나아진걸지도 모르겠다.

"바보야."

잠들어있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왠지 혼잣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푸욱, 이불에 얼굴을 묻고 나는 중얼거렸다.

"참기만 하니까 병이 나지, 바보야. 넌 진짜 바보야."
"...바보라니 너무하네..콜록."

그 말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열에 달뜬 그가 힘겹게 눈을 뜨고 있었다.

"어, 미야..."
"하하, 이거 꿈 치곤 너무 생생하다 그치."
"...꿈 아닌데."
"응, 항상 꿈속의 너는 ..그렇게 말하더라."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있잖아, 꿈속의 너는 맨날 똑같애.
맨날, 맨날 예쁜 모습으로 나타나.."
"..."
"그리고선, 항상 나한테 예쁘게 웃어준다? 내가 기대하게, 만들어."

천천히, 느릿느릿 꺼내는 그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꿈속에서.. 널 끌어안으려고 하면, 너는 잡히지 않아.
예쁘게 웃는 얼굴로, 자꾸만 자꾸만 나한테서 멀어져 가."

왠지 목소리가 떨리는 듯 한건 나의 착각이었을까?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혼잣말처럼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걸 수십번, 수백번 보다가 꿈에서 깨. 
근데 있지.. 꿈에서 깨도, 현실로 돌아와도 똑같아.
그래서 자꾸 자꾸 욕심만 부리게 돼."

자꾸 내 눈 앞이 흐려졌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 감정이, 자꾸만 벅차고 아파서, 아파하는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담담해서.

"친구로 있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욕심내지 않고 그냥, 네 곁에만 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근데, 자꾸만.. 자꾸만 너를 끌어안고 싶어져. 네 마음은, 나를 향해 있지 않은데 자꾸만 나를 보게끔 만들고 싶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냥, 모르겠다. 
뭐라고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목 끝까지 무언가 꽉 차기라도 한 듯, 나는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
순간 조용히, 조심스레 열로 따뜻한 손가락이 눈물을 닦아주었다.

"..새로운 패턴이다, 하하. 이젠 꿈에서까지 널 울려."
".......꿈 아니라고 했잖아."

물기어린 내 목소리에 그는 또 기운 없이 웃었다.

"...아니야, 꿈이야. 그래야만 해."
"이게 왜, 꿈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없으니까. 매일 널 울리기만 하고, 겁쟁이에, 믿음직하지도 못하잖아. 
쑥스러우면 괜스레 장난만 치고, 초딩도 아니고."
"꿈...."
"..?"
"아니라고!!!!!!!!!!!!"
"컥!"

더는 못 참겠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붕, 날아서 미야타가 누운 침대 위에 털퍼덕, 엎드렸다.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꾸우욱, 짓눌러보았다.
이렇게까지라도 안 하면 이 바보는 이게 평생 꿈인줄 알게 뻔했다.

"바보 같은 소리좀 작작 해! 이게 꿈으로 보여? 어?"
"자,잠깐...무...무겁..."
"오냐, 나 무겁다! 니가 사다준 푸딩 먹고, 무거워졌어! 이래도 꿈이야?"
"아니 잠...무겁.........나 환자..."

밑에 깔려서 버둥거리는 미야타는 이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꾸우욱, 온 힘을 다 해 그를 짓누르고 있다가 힘을 풀었다.
아직 열이 덜 가신 가슴팍에 얼굴을 푹, 묻고.

"그러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
"왜 너만 혼자 끙끙거리면서 앓고 있냐구. 바보처럼."
"...그......"

무언가 말하려는 그의 말을 뚝 잘랐다. 이젠 내 차례다.

"네 말, 다 들어줬으니까 이젠 내가 말할 차례야.
그러니까 조용히 들어."
"..응."
"말 안하면, 몰라. 나도 엄청 바보거든.
근데 있지, 자꾸만 자꾸만 네가 날 기대하게 만들어.
왜 자꾸 날 다정하게 챙겨주는걸까, 왜 내가 필요한 순간마다 나타나서, 한번도 싫은 소리 없이 내 곁에 있어주는 걸까."

아, 다시 눈물이 나려고 했다. 참아야지.

"너도 나를 조금은... 신경쓰고 있는게 아닐까. 근데, 그게 아니면 어떡하지? 라면서.
겁이 났어. 혹시 내가 착각한거면 내가... 네 옆에 있을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까.
아니, 오히려 너라면 동정으로라도 나를 받아들여주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그냥, 그게 다 무서웠어."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막판엔 결국 울먹이고 말았다. 마음을 전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방금 전까지 들었던 네가 토해낸 수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순간적으로 내 마음도 동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래도 말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틸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 열기가 남은 두 팔이 나를 꼭 끌어안았다. 정말로 다정한 손길로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고마워."

그는 그렇게 말했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와 간질거렸다. 그 말에 나는 뭐라도 된 것 마냥 결국 엉엉 울었다.

"근데 있지,"
"응?"

한참 울다가 진정된 나를 안은 채 그는 또 말했다.

"언제까지, 올라타 있을거야?"
"!!"


깜짝 놀라 후닥닥 비키려고 하자, 강한 힘이 내 팔을 끌었다. 
풀썩, 다시 원상 복귀된 나는 그의 열이 옮기라도 한 것인지,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야..너, 환자 주제에 기운이..넘친다?"

그 말에 그는 여전히 열기가 덜 가신 얼굴로 말했다.

"감기, 옮기면 빨리 낫는다던데... 정말일까?"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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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말 잘 들은 덬들이 놓친 이벤트가 아쉬운 총대덬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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