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기회는 지금이다! 좀 더 곤란하게 만들래!
정말 어쩔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자꾸만 더 건드리고 싶어지잖아.
"진심인데? 누나가 이쁜 동생한테 뽀뽀 한번 해 주겠다니까? 자자, 일루와!"
"아니 그만...
"일루와~~아하하하, 울.희.애.긔~♥"
"그...만, 그만하라니까!"
순간 버럭, 하면서 그가 나를 떼어냈다.
"..."
"..아..."
순간 나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아, 내가 너무 들떠서 지나쳤구나 싶은 마음과
그래도 장난인데, 저렇게 정색할 것 까진 없잖아 싶은 마음이 부딪혀 목이 꽉 막힌 듯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 미....안.."
먼저 입을 연 것은 미야타 쪽이었다.
어느새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돌아와 당황해서 말문이 막힌 나를 미안한 듯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야, 장난인데..너...왜........."
아, 너무 놀랐나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났다. 뭐가 그렇게 서러운건지 , 그냥 막 눈물이 나서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 미안해... 울지 마. 응? 내가 잘못했어.."
"나는...그냥.....흑...........그...아니 물론...내가 잘못......흑...... 너 무섭..."
말도 잇지 못하고 엉엉, 우는 나를 그는 꼭 끌어안고 조심스레 토닥여주었다.
귓가에서 들리는 '미안해,' 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자꾸 나를 눈물나게 만들었다.
묘하게 그 품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나는 더 목놓아 울고 말았다.
한참을 엉엉 울고 진정될 즈음 그가 입을 열었다.
"츄덬아 근데..."
"...훌쩍, 왜."
"내 옷에 콧물 묻었어."
"야!!!"
순간적으로 눈물이 싹 가셨다. 이 자식이, 뭐라는거야! 내가 누구 땜에!
"너 그냥 죽어라!! 죽어!!!"
"아야,아하하. 아야야야~~아하하하."
나는 어느새 울었다는 사실도 잊고 미친듯이 배게를 휘둘렀다. 너 죽고 나 죽자, 이 자식아!
"토시군, 온 김에 저녁 먹고 갈래? 밥 다 됐는데~"
아래층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그 말에 미야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앗, 정말요? 네~엡!"
"야, 집에 가!"
"싫어, 푸딩 값은 받고 가야겠다능!"
그렇게 말하며 그는 '어머님 도와드려야지~♪' 하는 이상한 노래를 부르며 부엌으로 내려가버렸다.
**
"잘 먹겠습니다~!"
어째서인지 자연스레 미야타가 여기 섞여있는게 영 마뜩찮았지만, 오늘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고기니까 용서하기로 한다.
그리고 뭐.. 푸딩을 사다주기도 했고.
"와, 어머니 이거 진짜 맛있네요! 짱짱!"
"호호호, 뭐 이런걸로.. 그래그래 더 먹어, 더 먹어~!"
"어머님 최고♥"
이미 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쓸데없이 싹싹한 자식은 우리 엄마의 마음까지 꽉 잡았다.
덕분에 엄마는 '토시군 정도면 언제든지 결혼해도 대 찬성이야!' 같은 류의 발언을 하며 은근슬쩍 미야타와 나를 엮어대곤 했다. 이젠 '그런 거 아니야~' 라고 말하기에도 지쳐서 '아 네에.' 하고 넘기게 되었지만.
나는 묵묵히 고기를 구웠다. 으흐흐, 노릇노릇 잘 구워져라~ 저절로 침샘이 자극되는 순간이었다.
"어라?"
내 전용 컵이 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보라색 곰돌이 컵이!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내가 천천히 일어서자 엄마와 둘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미야타가 눈치채고 얼른 말을 붙였다.
"응? 어디 가?"
"컵 가지러~"
"그럼 올때 나도 물 한잔만!"
아오, 저걸 콱 그냥!
차마 엄마 앞에서 욕을 할 순 없고, 나는 궁시렁거리며 부엌에 도착했다. 보라색 컵은 정수기 옆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역시 이 컵이 있어야...응?"
가스레인지에서 뭔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뭐지? 이미 저녁은 먹고 있는데.
왠지 달큰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괜스레 궁금해진 나는
A. 큰 소리로 엄마에게 '엄마. 이거 뭐야?' 라고 묻는다.
B. 몰래 뚜껑을 살짝 열어본다.